경력자가 회사에 적응하는 법

Ricki
7 min readJun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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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으로 만든 AI 이미지

이번 이직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선택이었다. 여태까지는 큰 고민 없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지 않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직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매번 이유가 있다 해도(회사가 망했다거나, 동료가 없다거나..) 짧은 재직 기간 때문에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은 적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된 이직이 나를 지치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여러 회사를 경험하며 다양한 경험치를 쌓았지만, 그런 장점들을 가릴 만큼 힘든 시간도 많았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오래 다니고 싶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알아보았고, 다행히 좋은 회사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꼭 오래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회사가 내게 바랐던 역할

이 회사를 들어오면서 내가 부탁받은 역할은 체계화와 문화 만들기였다.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은 매우 뛰어났지만, 대부분이 이 회사가 첫 직장이거나 주니어 개발자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스타트업 특성상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고 회사도 급격히 성장하여, 모두가 각자의 일을 잘 수행하고 있었지만 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 부채도 쌓여가고 있었다. 또한, 여느 초기 스타트업처럼 이곳의 주니어 개발자들도 외부 세상에 대해 항상 궁금해하고,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내가 부여받은 역할과 내부 구성원의 니즈가 정확히 일치함을 깨달았고, 내가 이 회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기뻤다.

경력자의 온보딩

  1. 인사하기

내가 이 팀을 선택한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오기 전에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고, 그래서 커피챗을 여러 번 한 후에 입사하였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하고 싶었고, 기존의 문화를 존중하고 힘든 부분들을 찾아 해결해주고 싶었다. 구성원들 각각과 최대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밀접한 협업자들에게 현재 어떤 점이 어렵고 부족한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일부터 진행해야 할 지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었다.

2. 문서화

입사하고 첫 날부터 우선 개발 환경 세팅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문서를 읽기 시작하였다. 내부 문서화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그라운드 룰은 무엇인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대기업의 경험이 헛되지 않았는지 문서를 쓰는 것에는 익숙하여 어떻게 문서를 분류하고 무슨 문서를 보강해야 하는지가 눈에 보였다.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고 동의를 구한 후 전체 FE 노션 페이지를 재분류하고, 눈에 쉽게 보일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였다. 문서를 잘 분류해두고 예시 템플릿을 만들어두니 눈에 띄게 구성원들이 좋은 문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3. 업무 체계화

그다음으로는 데일리 스크럼을 도입했다. 구성원들이 불편해했던 것 중 하나는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나는 경력의 대부분을 애자일 문화 속에서 보냈고, 데일리 스크럼과 스프린트에 익숙했다. 그래서 업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서로의 작업을 파악하는 것이 팀 문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며 데일리 스크럼을 도입했다.

도입 시 주의할 점은 스크럼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데일리 스크럼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시범을 보였다. 템플릿에는 어제 무엇을 했는지, 오늘 무엇을 할지, 공유할 것이 있는지를 포함했다. 팀원들이 원했던 것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팀원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데일리 스크럼은 정말 수월하게 시작해서 잘 진행되고 있다.

4. 프로덕트를 점검하기

사람들의 불편함을 들으면서 기획서와 기능 명세서, QA 프로세스가 부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덕트 전체를 한 번 파악해보고 싶기도 했고, 눈에 익숙해지기 전에 QA를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전체 QA를 진행하며 기능 명세서를 작성하였다.

대기업에서는(물론 팀마다 다르다.) 너무 당연하게 존재했던 문서가 없다는 점이 재밌기도 했고, 다양한 업무 바운더리를 넘나들면서 일할 수 있는 게 참 좋았다. 문서를 작성하며 기능들의 히스토리를 많이 파악할 수 있었고 그 후 이어지는 회의들도 수월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 번 명세를 만들어두니 다른 팀(백엔드, 디자인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고 팀 내에도 상호 간에 히스토리를 공유해둘 문서가 생겨서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또한, 나는 신규 입사자이기 때문에 기존 히스토리를 몰라서 Happy Path Testing(모든 외부 변수나 조건들이 정상인 상태에서,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진행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버그를 찾는 데에는 더 유리했던 것 같다.

5. 개선점 찾기

기존 구성원이 하기 어려운 업무 중 하나가 개선점을 수정하는 것이다. 당장 앞에 밀린 기능들이 많고 빠르게 성장하는 팀에서는 기술 부채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고, 일정의 압박이 다가오면 어느새 기술 개선은 뒤로 밀리게 된다.

다행히 내가 합류한 시점은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었고, 나는 아직은 큰 기능을 맡은 것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기대하는 바도 기존의 경험을 공유해서 프로젝트를 개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여러 개선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선적으로 시작한 작업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프로덕트의 기능을 파악하며 큰 이슈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IA(Information Architecture)를 작성하고, 전체 기능 명세를 작성했다.

그다음 작업은 의존성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중복 설치되었거나, 현재는 필요 없거나, 버전이 너무 낮은 의존성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node와 Next 같이 근간을 이루는 의존성의 버전을 올리고, Stylelint를 PoC한 후 팀 내에 공유했다. 또한, eslint 버그를 수정하고 config를 점검하는 등 lint 관련 자잘한 개선 작업도 진행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페이지 번들을 줄이는 작업이다. bundle analyzer를 통해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불필요한 의존성을 줄이고, next의 optimizePackageImports(https://vercel.com/blog/how-we-optimized-package-imports-in-next-js) 같은 옵션을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dynamic import를 도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첫 로드하는 번들의 사이즈를 1/8 가량으로 줄이고, 빌드 시간을 거의 50초 가량 줄일 수 있었다.(과거가 지나치게 길긴 했지만..)

앞으로 진행할 업무

  1. 에러 모니터링

2. CI/CD 파이프라인 고도화

3. 기존 코드 분석

개선도 개선이지만, 사실 경력 개발자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 중 하나는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개발하려면 당연히 기존 기능과 히스토리를 잘 파악해야 하고, 기존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춰가야 한다.

4. 문화 만들어가기

나는 새로운 기술을 놓치지 않고 공부하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자라는 문화를 좋아한다. 지금 당장은 사내 스터디나 여러 문화들을 갑작스럽게 도입할 수는 없어서 우선은 다양한 아티클, 뉴스레터의 RSS 피드를 회사 메신저에 구독하는 채널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외부 활동(아티클 번역, 스터디 등)들을 많이 소개해주며 내부 구성원들이 회사 밖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즐거운 문화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마치 주니어를 벗어난 듯 글을 적었지만, 나도 사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고 미숙한 점이 많다. 업무와 생활을 잘 분리하는 방법도 모르고, 팀원들을 너무 좋아하게 되거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 개발면에서도 일을 잔뜩 벌려놓고 수습하기 힘들어할 때도 있고, PoC만 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이번 회사에서도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일해보고 싶다. 이미 회사 사람들을 내심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고, 스타트업 특유의 열정적이고 희망찬 느낌이 참 즐거운 것 같다.

나는 이 회사에서 더욱 성장하고, 팀과 함께 많은 것을 이루어가고 싶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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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Ricki

Life is tons of discip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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